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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나의 여유/철지난 회상'에 해당하는 글들

  1. 2008/07/18  그때가 아닌 지금이라면, IF.
  2. 2008/04/09  답장
  3. 2008/04/06  거절에의 익숙함, 그러나 그 뒤에 남는 아픔...
  4. 2008/03/08  아직도 삐진 그 얼굴이 기억나는 그 아이.

그때가 아닌 지금이라면, IF.

하루하루 생각하게 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부터,
순간순간 갑작스레 깊은 생각에 빠져드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그 중에서 종종 하게 되는 생각이 있다.
'지금이라면 결혼할 수 있을 것 같다. 결혼에 대한 확신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약 2년, 변한 건 거의 없다. 여전히 여러가지 문제에 휘둘리고 있다.
그런데도 당장이라도 결혼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점점 확신이 생긴다.

모아둔 것도 없고, 집안 형편이 좋은 것도 아니고, 특출나게 좋은 직업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그렇다고 머리가 비상한가 하면 그런 것도 아니요, 학벌이 좋다거나, 끼가 있다거나 하지도 않다.
그렇게 자신을 비관하고 있노라면 예전의 내가 그토록 확신을 가질 수 없었던 것도 이해할 수 밖에 없다.

얼마 전에 방에서 사진을 정리하고 있는데, 어머니께서 사진 하나를 보더니 누군가의 이야기를 했다.
약간의 흠(?)을 잡긴 하셨지만, 그 애 괜찮지 않았냐고 되물으시는데 사실 조금은 당황스럽달까...
그 때엔 좋아하지도 않고, 다른 이야기만 하시고, 다른 조건에 대해서만 이야기하시더니만 이제와서.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것보다 최악의 선택을 회피하라는 이야기를 보았다.
어떠한 일에 적용하느냐, 그리고 받아들이는 주체에게는 당황스러운 이야기가 될 수도 있는 그런 명제이지만,
참 정확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과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이니, 이상형 따위는 존재할 수도 없거니와.
혹 이상형이 존재한다고 하여도 그 이상형과의 생활은 오히려 지루할 수도 있겠지.
(이상형이라는 존재를 논하자면, 어느 한 부분도 내 생각과 다르지 않은 존재여야 하니깐)

그래서인지 지금까지 내가 선택했던 모든 선택지들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군대를 가지 않고 계속 놀기만 했던 시절의 선택들이라던가
2학년 1학기까지만 다닌 미디어학부에 대한 후회라던가
그저 꿈만 꾸고 노력치도 않았던 학교에 대한 자신감때문에 망친 두 번째 대입이라던가
공부에 관심이 없다고 그저 동호회 활동에만 매진하던 홍대 시절이라던가
너무 촐랑대고 생각없이 살았던 고등학교 시절이라던가
승진이와 함께 도망을 쳤던 (피했다고 해야하나?) 은영이란 아이의 집 앞에서의 일이라던가
좋아하면 좋아한다 말하지 못했던 그 모든 날.
잊어버린 사람들도 많고, 내가 잊게 만든 사람들도 많아.
옛날의 내 좁은 세계 탓으로 돌리고 싶은 그런 사소한 싸움들로 잃게 된 사람들, 이런 거.

그 때가 아닌 지금이라면, 어쩌면 조금은 더 나쁘지 않은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지금부터의 선택은 조금 더 진지하고 조금 더 진지하게 후회라는 기억을 줄여나갈 수 있도록.
그렇게 되었으면 싶다. 정말로 이젠 되돌릴 수 없는 일들을 만들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말 너무나 많이도 변해야할 것 같다. 그리고 꼭 꿈을 꾸겠다.
노력하는 꿈을.
2008/07/18 09:39 2008/07/18 09:39

답장

음, 우선은 답장을 해주어서 정말 고마워.
정말 정말 오랫만이네 벌써 4년은 된 것 같은데.
우리 알았던 시간만큼 또 다시 흐른 거네.
그리고 혹시 가능하다면 조금의 호의를 더 베풀어주겠니?
전하고 싶은 말이 많았거든. 아주 약간만 약간만 들어줘.

이제서야 쉽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아.
되돌릴 수가 없으니까 쉽게 말할 수 있다고, 그렇지만 사실은 그런 감정은 아니겠지. 정 반대일거야.
예전의 그 문자들은 단순히 오해하라고 보내진 않았어. 지금은 무어라 썼는지 기억에도 없지만 말야.
그저 그 때 느낀 그대로였을거야. 적어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곤란하게 하는 건 싫거든

언제나 네가 이야기했잖아.
좋아한단 말을 듣고 나면 그 이후엔 좋아할 수 없게 되버린다고,
그저 소심한 나로서는 언제나 그런 사소한 한마디 한마디에 얽매여서 용기라는 건 전혀 내지 못했어.
그런 소리를 듣고서 지속될 수 있는 지금까지의 관계를 무너뜨리면서까지 널 잃을 행동은 생각지 못했지.
그렇지만 그만큼 무덤덤하게 행동할 수 없었기 때문에 결국엔 그런 관계까지도 무너뜨리고 만거야.

그저 내가 용기 없는 것이 문제이지, 네 말이 문제인 것은 아냐.
다만, 오히려 편해진 지금에서라도 그저 널 힘들게 하기 위해 그런 게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어.

이제 와 무얼 바란다거나, 그런거 웃기겠지.
그냥 혼자 자기만의 만족인듯, 그렇게 말하고 싶은 걸지도 몰라.

여전히 후회되는 건 전하고 싶은 마음은 한 마디도 못한 채
하루종일 겉도는 대화만을 주고 받았던 그 날, 그냥 슬며시 건내기만 했던 장미 한 송이일 뿐이지.
정말로 전하고 싶었던 건 그 자리에 아직도 남아있겠지.
장미 한 송이와 ...

너무 말이 길었던 것 같아.
만약 다 읽어주었다면 정말 고마워. 정말로
2008/04/09 15:37 2008/04/09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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